2025년, 생성형 AI는 비디오 게임 산업에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연중 가장 인기 있는 게임들에서 그 사용 흔적이 발견되었고, 주요 게임 스튜디오의 CEO들은 자사 개발 프로세스를 포함한 산업 전반에 AI가 적용되고 있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일선 개발자들, 특히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AI의 확산에 맞서며 ‘AI 미사용’을 전면에 내세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NFT의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 생성형 AI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셈입니다.
CEO들의 시선: ‘황금 알’을 찾아서
생성형 AI 지지자들은 이 기술이 비디오 게임 개발의 민주화를 이끌 것이라 주장합니다. 이미지,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를 융합하는 AI의 능력이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예산을 절감하여, 현재 산업을 괴롭히는 두 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전에 따라 수많은 비디오 게임 스튜디오들이 생성형 AI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선 치열한 생존 경쟁의 일환입니다. ‘발더스 게이트 3’ 개발사 라리안 스튜디오의 스벤 빈케(Swen Vincke) 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것은 기술 주도 산업이며, 우리는 시도해야 합니다. 누군가 ‘황금 알’을 찾았을 때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도태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ARC 레이더스 모회사 넥슨의 이정헌 CEO 또한 “모든 게임 회사가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생성형 AI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음을 시사했습니다. 산업의 리더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생존 전략으로서 생성형 AI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발자와 플레이어의 저항: 품질과 진정성의 문제
하지만 생성형 AI의 확산에 대한 플레이어와 개발자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전반적으로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 생성형 AI 사용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을 보입니다. ‘아노 117: 팍스 로마나’에서 생성형 AI 에셋이 발견되자 개발사 유비소프트는 해당 에셋이 “검토 과정에서 누락”되었다고 밝히며 교체했습니다. 반면 ‘블랙 옵스 7’에서 AI 에셋이 발견되었을 때, 액티비전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게임에 해당 이미지를 유지했습니다.
비평가들의 반응 또한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ARC 레이더스’는 생성형 AI 사용을 주된 이유로 저평가를 받았지만, ‘클레어 옵스큐어’는 생성형 AI 사용에도 불구하고 거의 보편적인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는 AI 사용 그 자체보다는 ‘어떻게 사용했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개발자들 역시 대중의 거부감을 인지하면서도 기술 사용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액티비전은 AI 기술을 “개발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을 강화하는 데 사용한다”고 밝혔고, EA의 부사장 레베카 쿠타즈(Rebecka Coutaz)는 “생성형 AI는 유혹적이지만 최종 제품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리안 스튜디오의 빈케 CEO는 차기작 ‘디비니티’에 생성형 AI가 개념 구상 단계에서만 활용되며, 최종 게임의 모든 요소는 인간이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AI를 사용하되, ‘인간의 창작물’이라는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생성형 AI의 현주소: 기대와 현실 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는 아직 지지자들이 믿고 싶어 하는 ‘황금 알’이 아닌 듯합니다. 게임 개발 서비스 회사인 키워드 스튜디오(Keywords Studios)는 생성형 AI 도구만을 사용하여 2D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AI 도구가 일부 개발 프로세스를 간소화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재능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콜 오브 듀티’와 ‘팍스 로마나’에서 AI 이미지가 발견될 수 있었던 것은 주로 그 품질이 낮았기 때문입니다. 유비소프트의 생성형 AI NPC는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대화를 내뱉었고, 2025년 중국 무협 MMORPG ‘아득한 바람의 노래’의 플레이어들은 AI 챗봇 NPC를 조작하여 게임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이는 ‘포트나이트’ 플레이어들이 AI 다스베이더를 욕설하게 만들었던 사례와 유사합니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수많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이 왜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요? 스벤 빈케가 언급한 ‘경쟁 우위’에 대한 기대와 함께, 결국 “경제”라는 가장 단순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에디터의 시선: ‘진정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다
현재 게임 업계는 생성형 AI라는 미지의 영역에서 ‘진정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CEO들은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그리고 경쟁 우위 확보라는 지상과제를 위해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선 개발자들과 플레이어들은 AI가 가져올 수 있는 품질 저하, 창의성 침해, 그리고 예술적 진정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단순히 코드로 이루어진 상품을 넘어 몰입감 있는 경험과 예술적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근원적인 믿음과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아직 생성형 AI의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무분별한 도입은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플레이어들의 신뢰를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게임 업계는 생성형 AI를 ‘인간의 창작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닌, ‘인간의 창작을 보조하고 확장하는 도구’로 정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초기 컨셉 구상, 반복적인 작업 자동화, 테스트 환경 구축 등 AI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고, 최종적인 예술적 완성도와 핵심적인 내러티브는 인간의 손에 맡기는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AI 미사용’을 내세우는 인디 게임들의 움직임은 ‘인간의 손길’이 부여하는 희소성과 가치를 다시 한번 환기시켜줍니다. 미래의 게임 시장에서는 ‘생성형 AI 무첨가’가 프리미엄 라벨로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게임 산업은 이제 기술 혁신을 맹목적으로 쫓는 것을 넘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이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