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명령: AI 규제의 ‘연방화’, 혁신의 엔진인가 주(州) 자율의 침해인가?

최근 IT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명한 인공지능(AI) 관련 행정명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국가 인공지능 정책 프레임워크 확보’라는 거창한 이름의 이 행정명령은 미국 AI 규제 지형에 지각변동을 예고하며, 연방 차원의 일관된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주(州) 정부의 독자적인 AI 규제 노력을 상당 부분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연방 규제 드라이브의 핵심과 그 배경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주(州) 정부의 AI 법률 제정 능력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연방 정부 주도로 AI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법무부 내에 AI 소송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여 연방 정책과 상충하는 주(州) AI 법률에 직접 이의를 제기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상무부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지나치게 부담스러운(onerous)’ AI 법률을 제정한 주(州)는 향후 광대역 통신망(브로드밴드) 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러한 연방 차원의 전폭적인 개입은 AI 투자자, 보수 성향 정책 연구기관, 그리고 주요 테크 산업 단체들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추진되었습니다. 이들은 주(州)마다 다른 규제가 ‘조각보(patchwork)’처럼 이어질 경우 실리콘밸리의 AI 혁신을 저해하고,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트럼프의 AI 및 암호화폐 고문인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는 ‘가벼운 규제(light-touch approach)’를 옹호하며 행정명령의 주요 입안자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주(州) 법률과의 충돌, 그리고 노골적인 견제

실제로 여러 주(州) 정부는 연방 규제의 부재 속에 독자적인 AI 관련 조사와 입법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이러한 주(州) 정부의 노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특히 콜로라도주의 SB24-205와 같이 AI 모델의 ‘알고리즘 차별’을 제한하려는 법률은 연방 정부에 의해 ‘이념적 편향을 심으려는 시도’로 지목되며 공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대규모 테크 기업 AI 모델 안전 프레임워크 의무화 법안이나 뉴욕주의 AI 개발자에 대한 최대 3천만 달러의 민사 제재금 부과 법안 역시 이번 행정명령의 사정권에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50개 주를 일일이 거쳐야 한다면 합리적인 변화조차 승인받기 어렵다. 이번 조치는 이를 중앙집권화할 것”이라며 연방 중심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다만, 아동 보호, 데이터 센터 인프라 촉진, 주(州) 정부의 AI 도구 조달 장려와 같은 일부 영역에서는 주(州) 법률의 선점권을 인정하는 예외 조항도 포함되어 있어, 모든 주(州) 규제를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님을 시사했습니다.

빛과 그림자: 산업 육성과 우려의 교차점

이번 행정명령은 AI 산업의 빠른 성장을 위해 규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통일된 지침을 제공하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50개 주 각각의 규제를 따를 필요 없이 연방 차원의 가이드라인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혁신과 시장 진입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AI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심각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연방 정부의 ‘가벼운 규제’ 기조가 자칫 기업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존중한 나머지, AI 기술의 오용과 부작용, 특히 알고리즘 편향이나 개인정보 침해와 같은 윤리적 문제에 대한 주(州) 정부의 방어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州) 정부는 각 지역의 특성과 시민들의 요구에 맞춰 보다 세밀하고 강력한 규제를 모색해왔으나, 이번 행정명령으로 인해 그 자율성을 잃고 ‘연방의 입맛에 맞는’ 규제만을 남기게 될 위험에 처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의 효율성을 넘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분권형 거버넌스와 시민 보호라는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에디터의 시선

트럼프 행정부의 AI 규제 행정명령은 미국 AI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혁신 가속화’라는 명분 아래 연방 정부가 주(州) 정부의 규제 권한을 강력히 제한하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예측 가능성을 높여 AI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AI의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려는 다양한 지역적 노력을 좌절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알고리즘 차별’과 같은 문제를 ‘이념적 편향’으로 규정하며 공격하는 방식은 논란의 여지가 큽니다. AI 윤리와 책임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차단하고, 기술 개발 속도만을 우선시하는 경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이 행정명령을 둘러싼 법적, 정치적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연방 정부가 어떤 수준의 ‘가벼운 규제’를 제시할지, 그리고 이것이 전 세계 AI 규제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혁신’과 ‘규제’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AI가 사회에 미칠 복합적인 영향을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이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