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는 언제나 변화의 파고를 넘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이 온라인 상거래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최근 이베이가 자사 사용자 약관을 업데이트하며 무단으로 작동하는 AI 기반의 ‘구매 대행 에이전트’와 챗봇의 플랫폼 접근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단순한 정책 변경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의 상거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중대한 신호로 해석됩니다.
‘에이전틱 커머스’의 부상과 플랫폼의 대응
이베이의 이번 약관 변경은 2026년 2월 20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며, 특히 ‘구매 대행 에이전트(buy-for-me agents)’, ‘LLM 기반 봇(LLM-driven bots)’, 그리고 ‘인간의 검토 없이 주문을 시도하는 모든 종단 간 흐름(end-to-end flow)’을 허가 없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전 약관에 로봇이나 스크래퍼에 대한 일반적인 금지 조항이 있었지만, AI 에이전트나 LLM을 특정하여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는 일각에서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라고 부르는 새로운 AI 도구의 빠른 출현에 대한 플랫폼의 직접적인 대응으로 보입니다. 에이전틱 커머스란 사용자를 대신하여 제품을 검색하고, 비교하며, 나아가 구매까지 실행하는 자율적인 AI 도구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AI 도구의 등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오픈AI는 2025년 4월 챗GPT 서치에 쇼핑 기능을 추가하여 제품 추천을 가능하게 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인스턴트 체크아웃(Instant Checkout)’을 출시하여 사용자가 챗 인터페이스 내에서 Etsy와 Shopify 판매자의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베이의 CEO 제이미 이안노네가 2025년 11월에 이베이 역시 오픈AI의 인스턴트 체크아웃 프로그램에 합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무단 AI 에이전트는 금지하지만, 플랫폼이 통제하고 협력하는 형태의 AI 상거래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복잡한 스탠스를 보여줍니다.
AI 에이전트, 상거래의 본질을 바꾸다
‘에이전틱 커머스’는 단순한 기술 용어를 넘어, 온라인 쇼핑의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사용자가 직접 제품을 탐색하고 선택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AI 에이전트에게 구매 과정을 위임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커머스 플랫폼, 리테일러, 마케터 등 관련 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AI 에이전트에게 제품을 효과적으로 ‘광고’하고 ‘판매’할 수 있을까요? AI의 구매 결정 과정에 어떤 요소들이 작용할 것이며, 플랫폼은 데이터 통제권과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베이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플랫폼의 고심과 방어적 태도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무단 AI 에이전트가 통제 불가능한 트래픽을 유발하거나, 보안 취약점을 악용하거나, 심지어는 플랫폼의 핵심 가치인 사용자 직접 상호작용과 수익 모델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가 중개 수수료나 광고 수익이 없는 방식으로 거래를 성사시킨다면, 플랫폼의 생존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AI가 상거래의 ‘에이전트 계층(Agentic Layer)’을 차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으며, 누가 이 계층을 통제하고 주도권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첨예한 경쟁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에디터의 시선
이베이의 AI 에이전트 금지 정책은 다가올 ‘AI 주도형 상거래(AI-driven Commerce)’ 시대에 플랫폼들이 직면할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사의 핵심 자산인 사용자 데이터, 트래픽, 그리고 통제권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픈AI와 같은 거대 AI 기업들이 직접 쇼핑 기능을 구축하며 유통 채널을 장악하려 하는 시도는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에겐 분명한 위협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베이의 이번 조치는 AI 에이전트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으려는 방어벽이자, 동시에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AI 상거래를 수용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미래에는 플랫폼들이 자율적인 AI 에이전트를 아예 금지하거나, 혹은 자사의 생태계에 편입하여 통제된 방식으로 운영하는 두 가지 흐름이 나타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사람’이 직접 모든 것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시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온라인 쇼핑 경험은 AI 에이전트에 의해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이며, 플랫폼과 AI 기업 간의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미래에 어떤 주체가 우리의 지갑을 열도록 설득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