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장들의 씁쓸한 고백: 우리는 그들을 믿어야 할까?

AI가 이끄는 미래, 대체 누가 만들어가는 걸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샘 알트만은 뜻밖의 답을 내놨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단호하고도 뼈아픈 한마디였죠. AI 다큐멘터리 ‘The AI Doc: Or How I Became an Apocaloptimist’가 던지는 질문은 비단 이 한마디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짜 질문들은 미처 답을 얻지 못한 채 스크린 너머로 메아리치는 듯한데요.

접근은 했지만, 답은 없었다?

AI의 ‘실세’라 불리는 오픈AI의 샘 알트만,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인터뷰한다는 건, 어쩌면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보다 어려운 일일 겁니다. 실제로 한 영화 제작자는 알트만과 인터뷰 시도만 몇 달을 하다 결국 그의 ‘딥페이크’를 만들어 다큐멘터리를 찍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The AI Doc’의 다니엘 로허 감독은 달랐습니다. 2022년 러시아 야권 지도자 나발니 다큐멘터리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그의 저력이 통한 걸까요? 그는 이들 AI 거물들을 카메라 앞에 앉히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작 인터뷰를 통해 들려오는 그들의 답변은 어딘가 찜찜합니다. “인류를 위한 책임감은요?”라는 질문에 그저 형식적인 답변만 맴돌았다고 해요. 특히 알트만에게 “급속도로 발전하는 AI를 왜 당신에게 맡겨야 하죠?”라고 묻자, 그의 대답은 “그러실 필요 없어요(You shouldn’t).” 한 문장으로 대화가 끝나버렸다는 겁니다. 세상을 바꿀 기술의 선구자들이 이렇게 얼버무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니, 보는 입장에서는 씁쓸함을 넘어 불안감마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저 ‘아는 이야기’만 늘어놓고, 가장 중요한 책임론 앞에서는 한 발 빼는 듯한 모습 말이죠.

다큐멘터리가 담아낸 ‘인간적인’ 불안감

이 다큐멘터리는 감독 자신의 개인적인 불안감에서 시작합니다. 곧 아버지가 될 로허 감독은 태어날 아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지, AI의 시대가 과연 ‘스스로 설 수 있는 성인’이 되는 경험 자체를 앗아갈지 깊이 고민합니다. 초기 인터뷰에서 그의 최악의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보입니다. 휴먼 테크놀로지 센터의 트리스탄 해리스는 “AI 위험을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 자녀가 고등학교에 갈 거라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던지죠. AI가 기존 교육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인데, 그저 SF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마냥 절망만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로허 감독은 어려운 AI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 직접 그린 다채로운 그림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친근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오스카 수상 감독 다니엘 콴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덕분인지, 암울한 예언 속에서도 기발하고 생동감 넘치는 창의성이 빛을 발하죠. 이 모든 것이 감독이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 ‘희망’의 조각들인 셈입니다.

에디터의 시선: 결국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의 한계는 명확히 보입니다. 질병과 기후 변화를 정복할 AI를 약속하는 실리콘밸리 기술 낙관론자들의 장밋빛 전망, 그리고 늘 그렇듯 ‘기대감’과 ‘신중론’ 사이를 오가는 AI CEO들의 균형 잡힌 발언들은 깊이 있는 질문 없이 흘러갑니다. 지금의 LLM이 어떻게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신화적인 AGI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 거창한 주장을 제대로 파고들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죠.

심지어 AI의 단기적 영향이 핵무기 출현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은 익숙한 ‘매뉴얼’을 따르는 듯합니다. 결국 자신들의 제품이 유일하게 세상을 바꿀 것이며, 오직 자신들만이 이 기술을 안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은근슬쩍 흘리는 거죠. 위험성을 언급하면서도, 결국 모든 통제권과 책임은 자신들에게 있음을 강조하는 아이러니.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AI 기술 앞에서, 우리는 ‘그들을 믿지 말라’는 알트만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까요? 아니면, 이 거대한 기술의 파도를 함께 헤쳐나갈 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