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 학습의 역설: 100억 달러 Mercor, 전직 엘리트들에게 ‘미래의 일’을 가르치다

불과 3년 만에 100억 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 Mercor의 등장은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금광’이 어디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OpenAI, Anthropic과 같은 선두 AI 연구소에 골드만삭스, 맥킨지, 일류 로펌 출신의 고숙련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며, 시간당 최대 200달러를 지급하여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심층적인 산업 전문 지식을 제공하게 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가르치는 AI 모델이 언젠가 자신의 전 직장을 자동화시킬 수 있다는 역설적인 가능성입니다.

AI 모델 학습, 왜 ‘고급 인력’이 필수적인가?

Mercor의 CEO 브렌든 푸디는 일반적인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노동력으로는 첨단 AI 모델이 요구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지식을 학습시키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복잡한 문제 해결, 미묘한 의사결정 과정, 특정 산업의 규제 및 윤리적 맥락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많은 양의 데이터 주입만으로는 얻어질 수 없습니다. 푸디는 상위 10~20%의 계약자들이 모델 개선의 대부분을 이끌어낸다고 언급하며, Mercor가 바로 이러한 최상위 인재들을 선별하고 활용하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최근 Scale AI와 같은 기존 데이터 라벨링 업체의 어려움 속에서 Mercor가 급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양’보다는 ‘질’ 높은 데이터, 즉 인간 전문가의 심도 있는 통찰력이 담긴 학습 데이터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 반복 작업은 AI가 대체하지만, AI를 더 똑똑하게 만들 ‘초고급 지식 노동’의 필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AI 시대의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식 노동의 미래와 ‘회색 지대’의 윤리적 딜레마

푸디는 더 나아가 모든 지식 노동이 결국 AI 에이전트의 훈련 데이터로 수렴될 것이라는 대담한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우리의 ‘일’이 단순한 업무 수행을 넘어 AI에게 지식을 전수하고, 그 과정을 통해 AI를 진화시키는 역할로 변모할 것임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풀어야 할 윤리적, 법적 숙제도 명확합니다.

전 직장의 기업 비밀과 개인의 축적된 지식 사이의 ‘회색 지대’는 지속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전직 골드만삭스 직원이 공유하는 지식이 과연 개인의 경험인가, 아니면 기업의 독점적 정보인가? 이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기업들은 자신의 지적 재산이 AI 학습을 통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Mercor의 성공은 이러한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으며, AI 시대에 지적 재산권과 고용 계약의 재정의가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에디터의 시선

Mercor의 등장은 단순히 AI 모델 학습 시장의 한 플레이어를 넘어, 인공지능이 인간 지식 노동의 본질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막연한 공포 속에서도, Mercor는 역설적으로 ‘초고급 인간 지식’의 가치가 결코 사그라지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AI가 고도화될수록, AI 스스로는 학습하기 어려운 미묘하고 복잡한 ‘인간적 통찰’을 주입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저는 Mercor가 ‘인간-AI 협력’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고 봅니다. 이는 인간이 단순히 AI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핵심 역량과 경험을 ‘AI 코칭’이라는 형태로 제공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패러다임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산업에서 이러한 ‘전문가-AI 중개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며, 우리는 AI 시대를 맞아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입니다. 결국 가장 큰 자산은 데이터가 아니라,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AI를 진정한 지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인간 지성’ 그 자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