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역설: 데이터센터, 성장의 발목을 잡는 ‘에너지 괴물’이 되나?

인공지능(AI) 기술이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를 지탱하는 물리적 인프라, 즉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IT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AI 시대를 이끌 데이터센터들이 지역 사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며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가 좌초되거나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급증하는 AI 컴퓨팅 수요와 지속 가능성 사이의 딜레마, 과연 우리는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할까요?

AI의 에너지 갈증, 지역 사회를 자극하다

2025년, 미국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지역 차원에서 ‘대규모 에너지 다소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저지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전력 요금 인상과 발전소 오염에 지쳐있는 지역 사회에 데이터센터는 피할 수 없는 표적이 된 것입니다. 풀뿌리 단체, 유권자, 지역 의원들이 개발업체에 더 큰 책임을 요구하면서 올해 새로운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운동이 급증했습니다. 그 결과, 잠재적 투자 가치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프로젝트들이 이미 무산되거나 지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사 기관 Data Center Watch의 미겔 빌라(Miquel Vila) 애널리스트는 “반대 여론이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기관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20개 프로젝트(약 980억 달러 규모)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취소되거나 연기되었습니다. 이는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16건의 지연/취소 사례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북미 4대 데이터센터 시장(버지니아 북부, 시카고, 애틀랜타, 피닉스)의 재고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43% 증가했을 정도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가 동시에 반대 여론의 불씨를 키우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전력’과 ‘물’입니다. 특히 새로운 AI 모델에 사용되는 고성능 칩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합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올해 말까지 전년 대비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S&P Global의 댄 톰슨(Dan Thompson) 수석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의 고밀도 서버 랙 하나는 최대 80~100가구에 해당하는 전력, 즉 100킬로와트(kW) 이상을 소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서버 냉각 및 전력 생산을 위해 필요한 물 소비량 또한 엄청나서, 2028년에는 미국 1,850만 가구의 실내 수도 사용량에 버금가는 양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구글은 인디애나주 프랭클린 타운십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던 계획을 지난 9월 철회했습니다. 주민들이 예상되는 물과 전기 사용량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xAI 역시 멤피스 데이터센터의 오염 문제로 NAACP와 Southern Environmental Law Center로부터 소송 가능성에 직면해 있습니다. 멤피스 데이터센터 주변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2024년 가동 이후 79%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디터의 시선: 지속 가능한 AI 인프라, 선택이 아닌 필수

이러한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은 단순히 ‘님비(NIMBY)’ 현상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AI 시대가 직면한 근본적인 인프라 딜레마를 보여주는 경고등입니다. 혁신적인 AI 기술 개발이 가속화될수록, 이를 뒷받침할 컴퓨팅 자원 확보는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무한정으로 확장 가능한 물리적 공간과 자원이 한정된 현실에서, 이러한 지역 사회의 반발은 기업들에게 전략적 차원의 고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어떻게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지을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그리고 지역 사회와 상생하며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단순히 최첨단 기술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그 기술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AI 윤리’의 영역이 인프라 구축으로까지 확장된 것입니다.

그 해법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모색될 수 있습니다.

  1. 에너지 효율 혁신: AI 칩과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에너지 및 물 사용량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액침 냉각, AI 기반 전력 관리 시스템 등은 이미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2.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 데이터센터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기업의 약속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 및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3. 지역 사회와의 소통 강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경청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기여 등 긍정적 효과를 명확히 제시하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4. 분산형 컴퓨팅 및 엣지 AI 활성화: 모든 연산을 중앙 집중식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는 대신, 필요한 곳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산형 컴퓨팅과 엣지 AI 기술을 발전시켜 대형 데이터센터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AI의 폭발적인 성장은 분명 인류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 성장이 환경적, 사회적 지속 가능성과 충돌한다면, 이는 결국 인류 전체의 위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이 갈등은 AI 시대의 진정한 성숙을 위한 중요한 통과의례가 될 것입니다. IT 업계는 이제 기술적 진보만큼이나 윤리적, 사회적 책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