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들과 킬링타임으로 깔깔대며 보던 숏폼 영상이, 알고 보니 국제정치 무대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단순한 유머 코드인 줄 알았던 장난감 영상이 한 나라의 안보관을 뒤흔들고, 여론을 조작하는 데 쓰이고 있다면요?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 같지만, 지금 이 순간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장난감으로 펼쳐지는 비대칭 선전전
최근 이란의 한 콘텐츠 제작 그룹 ‘Explosive Media’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비판하는 AI 생성 레고 영상을 퍼뜨리며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기껏 전투기를 격추하고 비싼 돈을 들여 조종사 한 명을 구한 미군을 ‘우습게’ 표현하거나, 쓸데없이 막대한 국고를 낭비한다고 조롱하는 내용이죠. 무려 $1억 달러(약 1300억 원)가 단 한 명을 구하는 데 쓰였다고 비꼬는데, 이건 웬만한 대기업 신규 투자금이나 다름없는 어마어마한 돈을 한 사람에게 쏟아부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레고 전투기가 100달러 지폐와 금화로 펑펑 터져 나가는 영상은 그야말로 ‘택스페이어 달러 낭비’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각인시키죠.
물론 이 영상들의 목적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선전전이죠. 하지만 그 메시지의 단순함과 레고라는 보편적인 비주얼 언어가 결합되면서 엄청난 바이럴 효과를 내고 있어요. 심지어 많은 미국인들조차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에 환호하며 이란 측의 영상이 ‘서구 언론보다 더 유익하다’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그들의 AI 생성 노래가 놀랍도록 중독성 있다는 평까지 나오니, 그 파급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인 셈이죠.
Explosive Media 측은 자신들이 10명 내외의 소규모 팀이며, 이란 정부와는 독립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레고는 보편적인 언어이며 메시지를 쉽게 전달한다’고 말합니다. 재미있고, 극도의 사실주의가 필요 없으면서도 놀라운 디테일을 담을 수 있다는 거죠. 그들의 영상은 분명 AI로 만들어졌지만, 인터넷을 떠다니는 여느 조악한 AI 콘텐츠와는 다르게 스토리가 명확하고 캐릭터도 일관성이 있습니다. 조롱 대상인 트럼프와 그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영리하게 파고든 전략은, 백악관이 아무리 온라인 담론을 주도하려 해도 이란이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공식 계정이 삭제되기도 했지만, 이들의 영상은 틱톡이나 X(구 트위터) 같은 플랫폼에서 비공식적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검열 속에서도 매일 새로운 영상을 꾸준히 올리는 것을 보면,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대규모 조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죠. 선전전이 장난감 블록과 AI의 손에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겁니다.
에디터의 시선
AI 기술의 발전이 이런 식으로 전쟁의 양상까지 바꿀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이제는 총칼이 아니라 바이럴 영상 하나가 전 세계인의 인식과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온 거죠. 더 충격적인 건, 우리는 분명 이 영상이 AI로 만들어졌고 특정 의도를 가진 선전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중독성과 단순함에 쉽게 매료된다는 점입니다. AI 시대의 정보전은 단순히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수준을 넘어, 사람들의 감정과 공감대를 어떻게 장악하느냐의 싸움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그 달콤하고 재미있는 숏폼 영상들이, 진짜 전쟁의 총알이 되어 날아올 수도 있다는 섬뜩한 경고는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