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모두가 AI라 아무도 AI가 아니다’는 역설이 던지는 질문

새해 첫 주부터 라스베이거스는 전 세계 소비자 기술 혁신의 향연, CES 2026로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매년 수많은 기업들이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이 자리에서, 단연 돋보이는 키워드는 바로 ‘인공지능(AI)’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그랬듯이, 올해 역시 AI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중심에 자리 잡으며, 마치 AI 없이는 제품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듯 보였습니다.

AI 과잉 시대: 차별화의 위기를 넘어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AI가 모든 곳에 스며들면서 ‘모두가 AI라 아무도 AI가 아니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무어 인사이트 &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의 수석 애널리스트 안셀 사그(Anshel Sag)는 “AI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단순히 ‘AI’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챗봇, 컴퓨터 비전, 지능형 센서 등 AI 기능들이 제품에 범람하면서, 기능적 유사성 때문에 오히려 차별화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이는 결국 ‘소프트웨어 성숙도’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사그는 “정말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성숙도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예컨대, 올해 CES에서도 수많은 스마트 글래스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지만, 메타(Meta)가 몇 년간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을 다듬으며 선두를 차지한 것처럼, 단순히 AI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넘어 얼마나 유용하고, 얼마나 뛰어난 소프트웨어 경험을 제공하는지가 관건이라는 뜻입니다. 귀에 꽂는 AI 이어버드부터 AI 안경까지, 소프트웨어가 부실하다면 아무리 최첨단 AI가 들어가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얼굴을 넘어 생활 속으로: AI의 영역 확장과 새로운 질문들

현재 AI는 스마트 글래스나 스마트 워치처럼 주로 얼굴과 팔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CES는 AI가 이어버드, 헤드폰, 심지어 스마트 의류에까지 확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헬스케어 분야 역시 AI 기반 생체 데이터 모니터링 기능을 앞세워 반지, 손목 밴드뿐 아니라 변기, 욕실 매트, 심지어 브래지어 같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건강 센서가 등장했습니다.

스마트 홈 영역에서는 AI가 듣고, 보고, 이해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스마트 진공청소기, 보안 카메라를 넘어 냉장고나 차고 문 열림 장치 같은 일상적인 가전제품까지 지능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AI의 전방위적 확산은 분명 흥미롭지만, 동시에 ‘과연 이 모든 것이 사용자에게 어떤 실제적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단순히 ‘AI를 넣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기업들은 깨달아야 할 시점입니다.

오픈AI의 그림자: 차세대 AI 기기 시장의 변수

한편, AI 가젯 비즈니스 업계는 오픈AI(OpenAI)의 새로운 기기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오픈AI가 첫 소비자 기술 제품으로 개인용 오디오 플레이어와 필기 펜을 개발 중이라는 소문은 단순한 루머를 넘어, AI 하드웨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을 가진 오픈AI가 직접 하드웨어 시장에 진출한다면, 이는 기존의 AI 하드웨어 기업들에게 엄청난 압박이자 동시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에디터의 시선

CES 2026는 AI가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AI 과잉의 시대에서 ‘진정한 통찰력’은 차별화의 위기를 인지하고, 소프트웨어 성숙도와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는 기업에게서 나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제는 단순히 ‘AI 기능’을 탑재했다는 홍보 문구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습니다. 핵심은 AI가 사용자에게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고,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며, 얼마나 끊김 없고 직관적인 경험을 선사하는지에 있습니다. 화려한 AI 스펙보다, 사용자의 일상에 녹아들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능적인 사용성’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오픈AI와 같은 선도 기업의 하드웨어 시장 진출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앞으로 AI 하드웨어 시장의 승자는 AI 기술 자체를 넘어, 그 기술을 얼마나 정교하고 의미 있게 제품과 서비스에 통합하여 ‘진정한 지능’을 구현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CES 2026는 이러한 AI 시대의 새로운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