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 업계는 OpenAI가 공개한 ‘ChatGPT Health’ 소식으로 뜨겁습니다. 사용자들의 건강 및 의료 기록을 안전하게 연동하여 개인 맞춤형 건강 대화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는, 마치 AI 주치의 시대를 예고하는 듯합니다. 사용자의 의료 기록을 기반으로 진료 지침 요약, 의사 진료 준비, 검사 결과 이해 등을 돕겠다는 계획은 분명 매력적인 비전입니다.
혁신의 뒤편에 드리운 그림자
OpenAI는 이미 매주 2억 3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ChatGPT에 건강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수요가 ChatGPT Health 개발의 배경이 되었음을 설명했습니다. 지난 2년간 260명 이상의 의사들과 협력하여 개발했으며, 새로운 섹션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AI 모델 학습에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했습니다. OpenAI 애플리케이션 CEO인 피지 시모(Fidji Simo)는 “ChatGPT Health는 ChatGPT를 삶의 모든 영역에서 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개인 슈퍼 어시스턴트로 만드는 또 다른 단계”라고 언급하며 강력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장밋빛 전망 뒤에는 생성형 AI 기술이 가진 고질적인 한계와 윤리적 딜레마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습니다. ChatGPT가 출시된 2022년 말부터 건강 관련 조언이나 분석에 AI를 활용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았습니다. 불과 며칠 전 SFGate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한 19세 청년이 ChatGPT로부터 18개월간 레크리에이션 약물 관련 조언을 구하다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챗봇의 안전 장치가 긴 대화 과정에서 무너지고, 오류가 있는 AI 안내를 개인이 따랐을 때 어떤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끔찍한 사례입니다. AI 챗봇의 알려진 정확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애플 헬스나 마이피트니스팔 같은 웰니스 앱과 의료 기록을 연동하겠다는 계획은 단순히 정보를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건강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습니다.
기회와 책임의 교차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ChatGPT Health가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 가치 또한 간과할 수 없습니다. 바쁜 현대인에게 맞춤형 건강 정보 제공은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예방적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의료 용어나 검사 결과를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기능, 진료 전 질문 목록을 정리하거나 사후 관리 지침을 요약하는 등의 보조 역할은 분명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의 자기 주도적 건강 관리를 도울 수 있습니다. 핵심은 AI를 ‘정보 제공 도우미’로 활용할지, 아니면 ‘의료 판단 주체’로 오인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경계 설정과 대중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에디터의 시선: 고도화된 기술, 고도화된 책임 의식
OpenAI의 ChatGPT Health 출시는 기술 기업들이 ‘개인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슈퍼 어시스턴트’라는 원대한 비전 아래,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영역인 의료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우리는 이제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잠재적 위험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건강 정보 영역에서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나 잘못된 정보 제공은 단순한 오작동을 넘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OpenAI가 아무리 안전 장치와 윤리적 가이드를 강조한다 해도, 결국 AI와의 상호작용은 인간의 해석과 판단에 의존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의 책임 소재는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뿐만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고도화된 책임 의식과 제도적 장치입니다. AI 모델의 투명성 확보, 예측 불가능한 오류 발생 시의 비상 계획,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용자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AI는 결코 인간 의사를 대체할 수 없으며, 단지 보조 도구임을 명확히 인지시켜야 합니다. ‘슈퍼 어시스턴트’를 넘어 ‘슈퍼 리스크’가 되지 않기 위해, OpenAI를 비롯한 모든 AI 개발사들은 기술 혁신만큼이나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안전망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의료 AI의 미래는 기술력만큼이나 신뢰와 책임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