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이든, 아니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치열한 IT 업계든, 잘나가던 핵심 인사가 갑자기 ‘새로운 역할’을 맡는다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세요? ‘승진인가?’ 싶다가도 ‘혹시… 밀려난 건가?’ 하는 묘한 촉이 발동하죠. 오늘 드릴 이야기가 딱 그런 그림입니다. 백악관 AI 정책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던 실리콘밸리의 거물,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의 거취에 변화가 생겼다는 소식인데요. 단순한 자리 이동으로 치부하기엔 꽤나 흥미로운 속사정이 엿보입니다.
백악관 AI 핵심, ‘킹메이커’에서 ‘조언자’로의 변신?
데이비드 색스. 벤처캐피탈리스트이자 테크 억만장자. 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실리콘밸리의 목소리를 백악관에 전달하고 공격적인 AI 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대통령의 ‘AI 및 암호화폐 특별 고문’으로서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 직접 접근하고 기술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었죠. 그야말로 ‘AI 킹메이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달까요.
그런 그가 이제 더 이상 ‘특별 정부 고용인(SGE)’이 아니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SGE 신분은 민간 부문과 정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최대 근무 일수가 130일로 제한되어 있어요. 색스 본인은 “그 시간을 다 써버렸다”고 설명했지만, 사실 그의 임명 후 1년이 넘도록 이 자리에 있었다는 점에서 왜 이제야 이 문제가 불거졌는지 의문이 남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가 새롭게 맡게 될 역할은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위원회(PCAST) 공동 의장이라고 해요. 놀랍게도 이 PCAST에는 마크 저커버그, 마크 안드레센, 젠슨 황, 세르게이 브린 같은 쟁쟁한 테크 거물들이 대거 합류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실리콘밸리 ‘드림팀’이 꾸려지는 셈이죠.
너무 ‘공격적’이었던 AI 정책? 뼈아픈 실책들
겉으로 보면 130일 규정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긴 것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새로운 PCAST는 AI뿐 아니라 훨씬 더 넓은 범위의 기술 정책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자리라고 하니, 오히려 역할이 확대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그림이 펼쳐집니다.
색스는 그동안 백악관 AI 정책을 추진하면서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특히 주(州) 단위의 AI 관련 법안을 전면 금지하려던 시도는 의회와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되었으나, 이는 오히려 공화당 주지사들과 MAGA 포퓰리스트들의 반발을 샀다고 해요. 한 전문가는 “그는 선점(preemption)에 실패했고, 백악관을 유권자들과의 문화 전쟁으로 몰아넣었다”며 “아이들의 안전 같은 간단한 정책적 승리도 얻지 못하게 했으니 정치적 재앙이었다”고 꽤나 뼈 때리는 비판을 가했습니다.
게다가 더 최근에는 트럼프 진영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실책’까지 저질렀는데요. 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전쟁에서 ‘탈출구(off-ramp)’를 찾아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을 가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논란이 되거나 당황스러운 인물들을 해고하는 대신 ‘좌천’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번 색스의 거취 변화가 단순한 로테이션이 아니라 ‘젠틀한 좌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죠.
에디터의 시선
데이비드 색스의 백악관 내 역할 변화는 단순한 인사이동을 넘어, 백악관 AI 정책 방향과 실리콘밸리와의 관계 재정립을 예고하는 중요한 신호탄으로 읽힙니다. 공격적인 정책 추진이 오히려 정치적 역풍을 맞고, 심지어 대통령에게 ‘쓴소리’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행보가 이번 거취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 미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인데요.
새로운 PCAST 공동 의장으로서 그가 앞으로 어떤 조언을 내놓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과거처럼 직접적인 정책 결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거물급 인사들로 채워진 자문 위원회에서 그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셈이죠. 과연 데이비드 색스는 ‘킹메이커’에서 ‘현인(賢人)’으로의 변신에 성공할까요? 아니면 이 모든 게 거대한 정치 드라마의 다음 막을 알리는 서막일까요? AI 정책을 둘러싼 실리콘밸리와 백악관의 미묘한 힘의 균형, 앞으로가 더 흥미진진해질 것 같습니다.